[ARC] 대학가에는 지난 날의 자취만이 남아있다.

 꽤나 오랫만에 인하대 후문에 갔다. 스무살부터 5년동안 먹은 술 중에 절반은 여기서 먹었던 것 같은데..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오락실도 들렀다. 그냥 이니디 하고 철권 몇판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였는데, 1년만에 와 보니 완전
히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킹오파 네오웨이브 이후 최신작을 볼 수 없었던 격투게임 쪽은 아예 94/95/96과 97/98/99, 2000/2001/2002의 복
합기들로 바뀌어 있었다. 복합기를 처음 본 것은 우리학교 앞 오락실이였는데, 학생수가 우리 학교의 3배인 이곳도
이제는 이런 게임기들 일색으로 되어 있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2도 있고, 화이널 화이트와 캐딜락&다이노서스도
보였다. 철권5도 DR과 보통판이 섞여있는 성의없는 구성.

 그래도 나같은 올드 게이머는 레트로가 오히려 더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같이 간 2명과는 원래 우리집에 가서 스
파3을 할 예정이였는데, 실로 오랫만에 제대로 된 킹오파94 대전을 즐길 수 있었다. 환상적이였다. 에뮬로 넷플레
이를 하고 PSP로 손바닥 안에서도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게이머 마음이 어디 그런가.. 코인을 넣고 타닥타
닥 소리를 내며 스틱을 흔들고 버튼을 두드리는, 그 맛이 필요한 거다. 

                            킹 오브 파이터즈 94. 초등학교 6학년 운동회날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이란..

 그냥 좌절과 허탈감만 느껴졌던 학원가 앞과는 달리 대학가는 아직까지는 정말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이었
다. 그런데 중요한건, 게임센터 전부가 레트로화됐다는 것. 더이상 신작 게임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있던
약간의 신작 게임도 없애버리고 아예 예전 게임을 갖다놓았다. 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람도 대부분 내 나이 또래
뿐이고..새로 흡수되는 유저는 없고 있던 유저는 조금씩 조금씩 빠져나갈 테니 몇 년 후에는 이곳도 문을 닫겠지...
마치 몸담던 커뮤니티가 유령화되는 흐름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게임 안되서 이야기하면 그냥 윽박지르곤 해서 싫어했던 주인 아저씨는 여전히 동전 교환소를 지키고 있었는데, 왠
지 안스럽게 느껴졌다. 현상유지는 하고 있지만, 한 3년정도 더 지나면 그나마 격투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세대들도 졸
업하거나 오락실에 오기 힘든 상태가 되어 있을테니 말이다. 그 아저씨 아버지인 원래 주인 할아버지는 아케이드의
황금기에 은퇴를 했던 것 같은데 이 아저씨는 노후를 걱정해야 하니..시대의 흐름이란 무서운 거다.

 제법 규모가 되기 때문에 레트로와 체감 게임으로 버틸 수 있는 이 오락실과는 달리, 작은 규모라서 항상 센스있게
게임을 배치하던 옆 오락실은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철권5DR과 킹오파11을 메인 자리에 깔끔하게 배치
하는 것은 기본. 강남역 지하 오락실(이쪽도 다 없어지고 한곳 남았다.)에서만 봤던 멜티 블러드 액트 카덴차도 들여
놓은 것도 그렇고, 예전에 했던 게임을 잠시 하거나 친구/애인과 시간을 때우기 위한 곳이 된 옆 오락실과는 달리
이쪽은 나름대로 아직 남아있는 격투게임 마니아들을 대접할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 게다가...

 정말 눈물이 날 지경. 드캐와 플스로 몇백판을 했건만..역시 아케이드에서 봤을 때의 느낌은 무언가 다르다. 도트
가 좀 더 튀어 보이지만, 대전상대도 없지만 일단 코인을 넣고 플레이했다. 그리고는 역시나 길에게 좌절..OTL 
 이 오락실에서도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얻었다. 항상 대전에 불타오르던 그 느낌이 아직도 현재진행형.

 온라인 게임과 PC방의 득세로 설 자리가 없어진 게임선터이긴 하지만, 사실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 수입할 만한)
신작 게임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게임센터가 마니아/레트로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이 정
도 노력도 안 하고 방치하던 오락실들은 2~3년 전에 대부분 망했다. (Ex.건대 조이맥스)

 수입되지 않는 최신 격투게임을 봐도 멜티 블러드나 북두의 권 등, 일반 유저보다는 마니아가 열광할 만한 게임들
만 나온다. 정식 속편만 나와도 이미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데, 세계관조차 동인화되니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질 것이
다. 동인들의 게임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는 하지만, 그건 일반층의 관심을 모은 것이 아니라 오타쿠 문화
가 조금 더 넓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주류는 되지 못한다.


                                퀸 오브 하트부터 쌓아온 노하우가 결집된 듯 하지만, 
                         나같이 월희의 세계관을 모르는 유저에게는 아웃 오브 안중. 

                                                                         3보다 재미있다!?

중간에 버추어 테니스 1이 끼어 있었는데, 오랜만에 해 보니 이거 스파이크걸즈랑 시스템이 꽤나 유사했다. 제길,
진작 이 게임을 다시 해 봤어야 하는데, 애꿏은 월드 투어 가지고 시스템 고민했으니..(월드 투어 이후로는 방향 조
작이 아니라 버튼으로 탑스핀/로브를 구분한다.) 버추어 테니스3 이 캐주얼틱해 보였던 것은 타격음 때문이였다.
비록 합성티는 나지만 이쪽은 둔탁한 테니스 라켓음 때문에 꽤 무거운 느낌.

 사실은 3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 전작에 대한 것은 어느정도 기억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딱 생각대로였다. 심오한
랠리나 선수들의 세분화된 능력치는 없지만, 기본 게임플레이가 1이 더 재밌다. 


 그제 쯤 XBLA로 아랑전설 스페셜이 서비스된다는 소식을 듣고(그런데 한국에도 서비스되나요!?), USB수신기를
사용해서 엑박 패드로도 괜찮은 조작감을 확인하고는 이제 레트로 격투 게임마저 온라인이 가져가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역시 아케이드 기판으로 한 칸 옆의, 혹은 반대편의 상대와 대전하는 이 느낌을 살리지는
못할 것 같다.

 시대의 변화를 알면서도 이런 곳들이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도시에 살면서 시골은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현대인의 욕심같은 것일까? 인사동에 있는 추억의 물건 가게처럼 한 두곳씩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해 본다.

 








by 윌리엄 | 2007/09/02 09:16 | 게임 이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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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시도했다가 5에서 되돌아오고, 다시 그걸 베이스로 다듬어 나가는 중이라고 생각된다. 그나저나 슬슬 태그 안나오나?테니스2 -> 버추어 테니스 (1999 ~) 버추어 테니스 1은 아케이드에서 꽤 스테디셀러였다. 요즘 몇 남아있지 않은 오락실에 깔려있는 것은 대부분2편. 3편은 2편보다 좀 더 캐주얼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 more

Commented by 다바마이로드 at 2007/09/02 13:50
안녕하세요 덧글보고 날라왔습니다 맞링크 해갈게요 ^^
Commented by Lpg_ at 2007/09/02 19:21
저도 아케이드가 발달된 일본을 보고 있으면 참 부럽다는 느낌이 드네요.
요즘 PC방이 너무 많아진 나머지 오락실이 사라져가거나 축소되는걸 보고 있으면 참..-_ㅜ)..
Commented by 윌리엄 at 2007/09/02 20:06
다바마이로드// 반갑습니다.^^

Lpg_// 하지만 일본도 저런 분위기보다는 아예 다른 시장(아이돌마스터, 삼국지대전)을
개척해 나가는 중이라서요. 시대의 변화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격투게임이라는 장르
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초기접근 유저가 적어지기 때문이겠죠 아마도..
슈팅 쪽은 정말 일본이 부럽습니다. (그 쪽도 동인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요;)
Commented by 버섯돌이 at 2007/09/02 23:18
이제 오락실에서 앉아서 즐기는 게임은 찾기 힘들어요.. ㅠ_ㅠ
Commented by 플렘 at 2007/09/03 19:29
조만간 인하대 한번 더가야겠어.......너를 이겼던 94 동네고수와 붙어봤어야 하는건데 아쉽다
Commented by 윌리엄 at 2007/09/03 20:55
버섯돌이// 시대의 흐름이죠. 엑박 아날로그 패드로 격투게임에 익숙해지려고 노력중입니다.

플렘// 핑계라면 핑계인데...B버튼이 좀 안눌러졌어...-.- 더구나 한국팀골랐..
Commented by 틸더마크 at 2007/09/12 13:30
그래도 먹고 죽을래도 없는 서드스트라이크가 있군요. ㅠ.ㅠ 전 지금도 PS2와 에뮬레이터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ㅠ.ㅠ (길은 정말로 나쁜놈. ㅠ.ㅠ)

복합기는 원래 MVS 모델중에 그런 것이 있습니다(개조품이나 뭐 그런게 아니라 SNK의 공식 모델). 3개의 카트리지를 꽂을 수 있게 되어있지요.


Commented by 가루 at 2007/09/16 19:28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아케이드게임장....은 말이 안되겠죠--;; 결국에 이건 온라인게임인가요..
Commented by 윌리엄 at 2007/09/16 23:44
틸더마크// 율리안도 꽤나 악명을 떨치고 있으나, 길은 정말..그나저나 그게 공식 기판이였군요.

가루// 포포루라는 사이트가 그런 컨셉으로 열었으나 결국 접었죠.
그런데 가루님의 정체는..-.-?? 궁금합니다 -.-;
Commented by H at 2007/11/02 23:51
온라인 격투게임이라고 불릴만한 게임이 지금 있나요?
권호가 그 절반 정도는 되어주나요?
온라인 격투 게임은 왜 다 겟엠같은 초딩 게임만 나오는 걸까요?
나 어릴때는 스트리트 파이터같은 게임 재밌게만 했는데...
요즘 애들을 어리게만 보는건가.. 온라인게임 하는 애들 수준을 낮게 보는건가...
Commented by 윌리엄 at 2007/11/03 01:51
격투 게임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어쩔 수 없이) 복잡해지고 고수와 하수의 격차는
더욱 커지면서 신규 유저의 유입은 거의 없고 기존 유저의 이탈이 벌어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정통 대전격투'게임이 제대로 나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노하우가
부족하니까요. 던파같이 기존 게임의 재해석&그를 뛰어넘는 요소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아직 대전 격투에는 그런 예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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