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파이널 판타지 오케스트라 콘서트 : 디스턴트 월드

 12월에 예매해두고 손꼽아 기다리던 공연. 하지만 요 근래 바빴던 탓에 어제가 되어서야 오늘이 공연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오늘 공연 가기 전에 부지런히 복습했다. 사실 RPG를 폭넓게 즐기질 않아서 열렬히 즐겼던 시리즈래봐야 파이널 판타지 하나 뿐이다. 초등학교때 6부터 군대가기 직전 10까지..거의 10년 간 가장 열광했던 게임이 아니었나 싶다.

 음원은 대부분 97~01년도에 나우누리 GMM에서 받은 것들로, 태그가 안 되어 있어서 함께 첨부된 HWP파일-_-; 까지 열어가며 곡을 찾았다. 중학교때 통신 정액제 끊어서 받은 파일들을 열어보며 예전 추억에 잠기기도..다른 곡들은 모르겠는데 VICTORY THEME와  SWING DE CHOCOBO는 어느 버전을 들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여러 시리즈의 버전을 있는대로 찾아 들었다.

사인회같은 거라도 하지 않을까 해서 파판 OST와 게임들을 모아뒀다가, 그런데 진짜 한다고 해도 이걸 다 받을 수도 없다 싶어서 OST 4장만 챙겨 갔다. SM이라고 뭐라 하지는 않겠지..


7시 반이 되어서야 예술에 전당 도착. 꿈토끼양 덕분에 몇 번 가 본 지라 이 곳 분위기에는 익숙한 편인데, 아무래도 오늘은 다른 날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왠지 동료들(?)을 만나는 듯한 그런 느낌. 한 켠에서는 FF13 라이트닝 에디션, 그리고 티셔츠도 팔고 있고, FF13 캐릭터들과 촬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오늘 프로그램에는 13은 없는데...앙코르로 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악단이 들어선 후에 우에마츠 노부오씨가 인사를 했다. 이전에 매체에서 볼 때와 다르게 오늘은 일본 라면집 주인아저씨 같은 복장을 해서 이미지가 좀 달라 보였다. 이 사람의 존재를 안 것이 게임월드 94년 12월호에였던가..동경하던 인물을 실제로 볼 때의 느낌은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가슴속이 꽉 찬 느낌..? 사람들의 환호 역시 그런 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공연 시작. 02년에 일본에서 열린 Music From Final Fantasy의 실황 앨범을 많이 들어서 뭐 비슷하겠지...하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실제 오케스트라로 들으니 달랐다. Leberi Fatali가 흐르며 중앙 스크린에는 FF8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흐르고, 파도가 치는 오프닝 동영상에 합창단 30명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약간 전율이..그에 이어지는 오케스트라 협연은 MP3으로 듣던 실황과는 차원이 달랐다. 

 궁금했던 VICTORY THEME는 특유의 빰빰빰빰 빠밤 빰빠밤~만 나오고 끝. 좌중에 폭소가 쏟아졌다. FF8의 전투 BGM Don't be afraid는 게임 초반의 필드 화면에서 전투 화면으로 넘어가는 타이밍에 시작하는 센스를 보여주었고, Swing de Chocobo에서는 모든 시리즈의 초코보 영상을 보여주며 스윙재즈 스타일로 편곡한 초코보 테마를 들려주었다. FF5의 어레인지 앨범으로 유명한 Dear Friends는 클래식 기타와의 협연으로 꾸며졌고, 이어서 FF9의 Vamo' ala Flamenco로 열정적인 무대가 이어졌다. 라그나의 영상과 함께 FF8의 Man With A Machine으로 1부는 끝을 맺었다.

 2부는 FF7의 곡들이 메인으로 채워졌다. 정겨운 마황로 영상과 함께 울려퍼진 메인테마는 오케스트라로 들으니 더욱 감흥이 깊었다. 하지만 감동은 여기까지..그 다음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시작되었다. 이수영씨가 부른 스테키다네는 창법 탓인지 RIKKI의 원곡을 감안하지 않고 듣더라도 좀 그런 수준이었다. 연주자들이 곡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협주가 엇나가는 경우도 많아서 지휘자 분이 엄청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뭐 어떠하리, 파이널 판타지의 음악들을 실황 오케스트라로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그러나 진짜 문제 발생. 에어리스의 테마부터 삐~~하고 마이크 새는 소리가 공연장 전체에 울려퍼지더니, 공연 끝날때까지 멈추질 않아 심히 괴로웠다.

 2부의 하이라이트는 FF7의 J-E-N-O-V-A와 FF6의 오페라. 6학년 때 FF6을 플레이하던 시절, 일본어를 몰라 선택지를 잘못 골라서 계속 죽었던 탓에 멜로디가 아주 생생하게 귀에 남아있는데, 실제 오페라로 부른 버전은 정말 장엄한 맛이 있었다. 스크린에 FF6의 오페라 장면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키득키득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환상의 그래픽이 아닐 수 없었다. 티나의 테마로 2부도 마무리. FF6 오프닝의 마도아머 걸어가는 화면에 스탭롤을 넣는 센스도 보여주었다.

 앙코르는 FF7의 One Winged Angel로, 우에마츠 노부오씨가 코러스로 참가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FF13의 곡을 앙코르로 할 것 같아서 예습도 꽤 했는데 ㅠㅜ 시간이 늦어서인지 사인회도 하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근 몇년 간 갔던 J-POP관련 공연처럼 이번 공연도 지금 불타오르기 보다는 한 때 열광했던...이라는 느낌이었다. 프로그램 대부분이 FF7 ~ FF10으로 꾸며진 것도 그렇고, 무대 위의 스크린에 흐르던 영상들도 예전의 기억들을 되살리기 딱 좋은 것들이었다. FF10의 영상미는 지금 봐도 출중하다. 헐리우드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애니메이션이 CG화한 듯한 일본 고유의 그 느낌..FF12이후로는 볼 수 없어서 좀 아쉽다. (13은 아직 7시간밖에 플레이하지 않았지만...확실히 저런 느낌은 아니다.)

 오랫만에 게임 영상들을 보니, 확실히 90년대의 스퀘어는 대단했던 것 같다. 어떻게 저렇게 변혁을 시도하면서도 끊임없이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시스템과 콘텐츠 양 쪽의 이상적인 균형은 이 정도가 아닌가 싶다. 

갑자기 파판 잡상으로...OTL. 어쨌든 잊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

by 윌리엄 | 2010/02/08 01:44 | 기타등등 | 트랙백 | 덧글(8)

[책] 불안 (알랭 드 보통)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잃는(혹은 지위가 내려가는) 상황에 대한 불안, 이런 재미있는 주제에 알랭 드 보통의 생각이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문의 정의에서 언급하는 지위, 그리고 지위에 대한 불안을 정의한 내용만 읽어봐도 그 기대는 절반 쯤 충족된다. '우리는 사랑일까'를 읽을 때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개념을 (조금 특이한) 인문학적 안경으로 바라보는 그 시각은 여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책 내용은 '보다 유명해지고, 중요해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욕망'에 대한 원인과 결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원인 -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지위에 대한 욕망을 사랑에 대한 욕구로 풀어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육체적 갈망이 없고,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차이점만 제외하면 지위에 대한 욕구는 사랑에 대한 욕망에 다름 아니다. (내가 위이든 아래이든)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 '지위'라는 것의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고, 그것을 신경쓰지 않고 사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는 요즈음이라 느끼는 바가 더 많았다. 내가 변한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원래 그랬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 있는 것인지는 항상 모호하지만 말이다.

 중세 시대에는 지위가 낮은 사람도 나름대로의 가치를 인정받고 살았지만 능력주의가 된 현대사회에서는 지위가 낮으면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시각 역시 신선했다. 다만, 이전이 더 나았다는 가정은 '그 때에 살아보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라는 반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중세의 노예가 현대의 서민 계급보다 나았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의 서민이 받는 고통은 그 자신의 책임이므로 어쩔 수 없다'라는 오류는 범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해법 -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사실 요 며칠간 그 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 한동안 나를 떠나 있었던 지위(그중 금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다시금 나에게 엉켜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을 해 보니, 내가 낮은 지위로 평가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고통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안 뒤 주위를 돌아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고,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내 주위의 것들이 갑자기 너무 부족해 보이고, 무언가 더 필요할 것 같고, 그것을 얻을 방법은 좀처럼 나타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비로소 고통을 낳았다.

 이런 문제는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주로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시각에서 자아를 생각할 때 생기는 것 같다.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탓도 아니고, 실제로 내가 부족한 탓도 아니다. 그저 내가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 뿐이다. 작년 말부터 온갖 세속적인 것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은근히 지위가 상승한 듯한 느낌에 그것을 받아들였던 것 뿐이었다. 아이폰의 기능에 감탄하며, 이런 작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바로 세속적인 지위였다.

 그래서인지 원인을 읽을 때처럼 새로운 시각이니 무엇이니 하는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그냥 공감이 갔고, 그 덕분에 힘든 와중에도 비교적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지금을 돌아보니, 역시 행복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혹은 우리가) 행복하다는 것 말이다. 평일에 조금 일찍 퇴근해서 함께 마시는 맥주, 음악, 그리고 대화..무엇이 더 필요하랴.

 사회문화적 이야기라서 내내 감성적일 수 있었던 '우리는 사랑일까'에 비하면 조금 딱딱하지만, 읽는 재미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인용이 너무 많아서 중간에 좀 산만해진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제목을 볼 때 느낀 기대감은 90% 이상 충족했다.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책에 만족했던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by 윌리엄 | 2010/01/14 09:57 | 기타등등 | 트랙백(1) | 덧글(1)

[ETC] 2009년 일본 게임 판매량 TOP 10


출처는 가마수트라 뉴스. 원문에는 30위까지 나와있지만, TOP 10만 옮겨본다.




1위 드래곤 퀘스트(스퀘어에닉스, NDS): 4,089,136
 보급대수 뿐만 아니라 와이파이를 활용한 컨텐츠의 확장성 면에서 NDS로의 이동은 대성공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해 보지 않았었다면 '어차피 도라퀘니까...'라고 오류를 범할 뻔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왠지 일본 사람들이 도라퀘만은 성공해야 한다고 굳은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해외에서의 결과가 기대된다. (8은 좀 많이 팔렸던가..?)

2위 포켓몬스터 하트골드/소울실버(포켓몬, NDS): 3,301,873
 ...할 말이 없는 소프트. 국내에서도 (복사 말고) 마켓 쉐어가 엄청나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3위 친구 컬렉션(닌텐도, NDS): 2, 059,236
 꿈토끼양이 한동안 붙잡고 놓지 못했던 소프트. 요소를 많이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겉보기와 달리 방대한 컨텐츠를 담고 있다. 한참 달리고들 있을 SNS게임 개발사에서 참고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4위 뉴 수퍼마리오 브라더스 Wii(닌텐도, Wii): 1,897,089
 수퍼마리오 갤럭시 속편을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것을 만들고 있었다니..DS판과 같이 군더더기를 뺀 깔끔한 게임이면서도, 함께 하는 것으로 (은근히 높은) 난이도를 커버하고, 보다 많은 플레이의 가능성을 만들어주고 있다.

5위 Wii 스포츠 리조트(닌텐도, Wii): 1,499,058
 Wii 스포츠도 못해봤으므로 노코멘트.

6위 파이널 판타지XIII(스퀘어에닉스, PS3): 1,455,505
 여러 방면에서 파이널판타지 X와 비슷한 포지션을 가진 타이틀인데, 줄어든 판매량과 30대에 치중된 판매통계는 이제 시대가 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보다 해외를 바라보고 있는 타이틀이긴 하지만, 게임 시스템에 민감한 서양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지...해외에서 만회하지 못하면, FF가 DQ보다 트렌드에 뒤떨어진 게임으로 평가받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 떠나서 빨리 좀 하고 싶다..29일 29일 29일...ㅠㅜ

7위 Wii Fit 플러스(닌텐도, Wii): 1,205,424
 Wii Fit을 못해봤고 10분 정도밖에 못해봤으므로 노코멘트.

8위 몬스터 헌터 3(캡콤, Wii): 949,095
 Wii의 보급대수를 생각하면 밀리언셀러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Wii에서 수백만장을 팔아치우는 게임들이 대부분 기존의 게이머들에게 게임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캡콤에서도 만족스러울 수준일 것 같다. 이전작들 역시 PS2보다 PSP에서 더욱 큰 성공을 거두었던 사례도 있지 않던가? 자 이제 PSP로 이식해서 2백만장을 팔아치우자~!

9위 몬스터 헌터 포터블 2nd G PSP the Best(캡콤, PSP): 878,880(1,080,715)
 2003년 몬스터헌터가 처음 나왔을 때 대략 30만장 정도를 팔았던 시리즈인 것을 생각하면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위의 경우를 보아도 이 게임은 아무래도 휴대용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10위 이나즈마 일레븐 2 파이어 / 블리자드 (레벨 파이브 NDS): 851,175
 전작을 해 보고 조금 모호한 게임 컨셉때문에 판매량이 꽤나 궁금했는데, (포켓몬식 상술은 그렇다치고) 이 정도면 꽤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스크린샷이나 동영상으로 판단하기에는 전작의 엔진을 가지고 컨텐츠만 좀 늘린 것으로 보였는데 말이다. 하긴 전작에서 컨텐츠를 늘리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두어서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지도..어쨌든 좋아하는 시리즈가 성공가도를 달리니 왠지 기분이 좋다.





by 윌리엄 | 2010/01/06 09:58 | 게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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